혼자가 되면 분명 이것도 하고,
저것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.
밀린 책도 읽고, 드라마도 몰아보고,
새로운 공부도 시작하면서
내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.
그런데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,
낯선 고요가 먼저 나를 맞는다.
언젠가부터 퇴근하면서
소주한병 또는 맥주를 사는날이 많아졌는데
결국 매일 술을 마셨다.
텅 빈 시간을 채우려고 술잔을 채운다.
그렇게 하루의 끝을 술로 버티는 내 모습이
한심스럽기도 하지만,
맨정신으로 현실을 마주하는게 힘들어
술의 힘을 빌려본다.
머리로는 괜찮은데, 마음은 안괜찮은가보다.
하루종일 회사에서 사람들과
괜찮은 척, 아직 결혼생활 중인 것처럼 행동하느랴
조금은 지친다. 어쩜 퇴근 후 술을 마시는 지금이,
그리고 그렇게 마시다가 우는 내 자신이
오늘 하루 가장 솔직한 나의 시간이었다.
이게 내가 원하던 자유였을까?
나만의 시간은 분명히 얻었지만,
그 시간 속에서 매일 부딪히는 건 아이에 대한 그리움,
그리고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이다.
알고 있다.
내가 찾는 건 술이 아니라,
아이와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들이다.
나는 삶에서 ‘함께’라는 가치가 중요한 사람인데..
결혼생활에서 우린 함께였지만,
난 늘 외로웠다.
술을 안먹어보려 운동도 해보고,
취미도 만들어보려 노력하지만
그것들로도 위로가 되지않는걸까
늘 술에 기대어 하루를 마무리했다.
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…?
나 이대로 괜찮은걸까?
[에필로그]
언제쯤이면 괜찮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,
오늘 이 문장을 남긴 지금,
나는 이미 조금 더 솔직해졌다.
작은 시도라도 계속 이어간다면,
그 공허 속에서도 나만의 의미를
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, 기대해본다.
그럼에도, 나에게 허락된 이 밤의 ‘솔직함’이
어쩌면 가장 진짜 나였다는 것을,
나는 오늘 알아차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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